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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이 저에게서 살아난다고 느끼듯이, 어떤 사물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사고들은 침묵하는데, 저의 내면에서 뭔가가 살아 있는 것을 느낍니다. 저의 내면에는, 그리고 모든 사고들 아래에는, 제가 사고로 헤아릴 수 없는 어두운 무엇이 있습니다. 낱말들로 표현되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삶인, 하나의 삶이 말입니다···. 이렇게 말 없는 삶이 저를 압박하고, 에워쌌으며, 늘 그것을 응시하도록 저를 내몰았습니다. 저는, 우리의 모든 삶이 그렇다는 사실이, 그리고 제가 어쩌다 겨우 그것의 조각들만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괴로웠습니다. 오, 저는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그만 의식이···." "사고의 수용성과 자발성"─이렇게 수학 선생이 지원을 해주었다. "저 애는..

개츠비는 오로지 초록색 불빛만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가슴 벅찬 미래였다.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해간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테니까······. 그러면 마침내 어느 상쾌한 아침에······. 그렇게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판 가 겹쳐져서 불편했다. 영화판을 먼저 본 게 잘못이었다. 책이 지시하는 장면을 정확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오로지 개츠비에 대해서만 집중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원작을 읽으니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개츠비가 죽은 뒤에 모든 이야기가 멈췄어야 했다. 후반부에서 닉이 개츠비의 사망에 ..

어떻게 이 책을 읽은 건지. 나는 새 책이 택배로 오기를 기다리며 읽을 책이 필요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익히 알고 있던 작가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체로 알고 있고, 읽어본 책은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떠난 순례의 해」가 전부였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이 훨씬 유명할 것이였다. 「노르웨이의 숲」이 국내에서 유명해진 건 문학사상사 출판사의 국내판 제목 「상실의 시대」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실의 시대'는 좀 부당한 제목이 아닌가 생각했다.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에 대한 주제이다. 만일 이 책으로 시대를 읽고자 한다면 와타나베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읽으면서 이것이 소설이고 허구라는 의식을 전혀 갖지 못했다. 너무 현실적인 묘사며 달력에 맞춘 정확한 시간, 그리고 너무나 솔직한 1인칭 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