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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대한 개츠비」 본문
개츠비는 오로지 초록색 불빛만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가슴 벅찬 미래였다.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해간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테니까······. 그러면 마침내 어느 상쾌한 아침에······.
그렇게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판 <위대한 개츠비>가 겹쳐져서 불편했다. 영화판을 먼저 본 게 잘못이었다. 책이 지시하는 장면을 정확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오로지 개츠비에 대해서만 집중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원작을 읽으니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개츠비가 죽은 뒤에 모든 이야기가 멈췄어야 했다.
후반부에서 닉이 개츠비의 사망에 반응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감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닉은 자신만은 개츠비의 편이 되고자 결심한다. 그리고 즉시 톰과 데이지, 조던에게 환멸을 느끼고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다. 닉은 개츠비의 '삶의 약속을 감지하는 고도의 감성'을 확고히 믿었기에 유난히 그가 남긴 먼지에 눈길이 간다.
부록으로 실린 토니 태너의 해석에서 문학 해석의 완벽함을 배울 수 있었다. 어쨌든 문학적 해석일 뿐, 나에게 무엇인지는 별개다.
나는 이 책이 정치적이지도, 역사적이지도, 로맨틱하지도 않다고 느낀다. 개츠비는 우리의 내면의 특별한 부분을 닮았다. 개츠비는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비대한 야망을 가졌다. 그 야망이 명예를 향하든 여인을 향하든 가질 수 없는 것으로 뻗어야 하는 운명이며, 인간적인 이유로 가로막히는 것도 운명이다.
정신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개츠비같은 선택은 하지 않는다. 대신 잠시나마 팔을 뻗기라도 해 본다. 개츠비는 바로 그곳에서 상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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